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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도 병원 못 간 한국인, 유럽 주요국의 15~30배
  • 관리자 기자

  • 입력:2023.11.12 13:42

최근 1년간 한국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11.7%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만큼 병원에 자주 가는 나라도 드물어요. 미국인이 한 해 평균 3.4회, 일본 사람이 11.1회 병원을 찾는 동안 한국인은 15.7회 병원에 가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9회)의 2.7배. 사람들은 건강보험 덕에 진료비 부담이 크지 않아 병원을 자주 찾고, 병원은 의사 수가 적은 대신 ㉠박리다매(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팖)식 3분 진료로 의료 수요를 감당해요. 이 정도면 의료 접근성(의료 시설 또는 의료 행위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의료 접근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로 ‘미충족(채워지지 않음) 의료 경험률’이 있어요. 최근 1년간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의 경우 11.7%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어요. 10명 중 1명 이상이 아파도 의사 얼굴을 못 봤다는 뜻이지요. 비교 대상이 된 유럽연합(EU) 회원국 33개국 가운데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가장 낮은 오스트리아(0.4%)의 30배, 네덜란드(0.8%)의 15배 수준.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세르비아(11.8%), 에스토니아(18.9%), 알바니아(21.5%)뿐이에요(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논문).

 

아파도 병원에 못 간 이유 중 82%는 진료비 부담보다는 ‘돌봄 부족’이나 ‘시간 제약’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었는데 이는 다른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 경향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바빠서’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에 병원이 문을 닫아서’ ‘오래 기다리기 싫어서’ ‘참을 수 있는 정도여서’ 못 가거나 안 가요. 출산한 여성들은 ‘출산 후엔 아픈 게 당연한 줄 알고’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 가지요. ‘무서워서’ ‘의사가 불친절해서’ 못 가는 사람도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올라가요. 병원 갈 일은 많아지는데 소득은 줄어드는 이중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것. ‘병원이 멀어서’ ‘거동이 불편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못 가는 경우도 많아요. 요즘 대형병원들은 예약부터 진료까지 무인 단말기를 줄줄이 통과해야 해 디지털 장벽도 높아요.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 없이 혼자 사는 경우 병원 가기가 더욱 어려워요. 강원의 미충족 경험률(22.9%)이 전남(4.9%)의 4.7배나 되는 등 지역마다 편차도 크지요.

 

불필요한 ‘의료 쇼핑’도 문제지만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못 가는 건 더 큰 문제예요. 진료를 못 받는 대신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거나, 작은 병을 크게 키우거나, 통증과 우울감에 삶의 질이 떨어지기 쉬워요. 일과 육아에 바쁜 사람들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고, 병원 갈 엄두를 못 내는 고령자와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돌봄과 의료 체계를 통합해야 해요. 누구나 아프면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성공한 의료 보장 제도라 할 수 있어요.

 

동아일보 11월 7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에듀동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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