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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는 해도 꺾이진 않는다”
  • 김재성 기자

  • 입력:2022.12.29 11:34

지난 2일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한 우리나라 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누리호가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1] 코로나 위기가 끝나나 싶더니 경제 위기가 닥친 한 해였다. 고물가(물건의 값이 높음) 고금리(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거나 저축한 대가로 치르거나 받는 ‘이자’의 비율이 높음)가 서민들을 벼랑으로 내몰았고, 폭염과 폭우와 한파는 매서웠으며,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사회적 재난은 참담(끔찍하고 절망적임)했다. 그래도 사회 곳곳에선 불굴(굽히지 않음)의 의지로 값진 성취를 이뤄내며 감동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 카타르 월드컵 한국 대표팀이 대표적이다. 우승 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갈과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 나선 태극 전사들은 선제골(상대 팀보다 먼저 넣은 첫 골)을 내주고도 역전에 성공해 월드컵 16강 진출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선수들이 태극기에 적은 문구는 올해 최대 유행어가 됐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3] 올 6월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은 12년 3개월간 숱한 좌절 끝에 얻은 결실이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실패 후엔 조각 잠을 자면서 비행정보 데이터 2600건을 뒤져 실패 원인을 찾아냈다. 앞서 나로호가 두 번 발사에 실패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도 누리호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4] 꺾이지 않는 마음은 캄캄한 나락(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떨어져도 살아 돌아오는 힘이 된다. 올 10월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파묻힘) 사고로 지하 190m 갱도(광산에서 땅 속에 뚫어 놓은 길)에 동료와 함께 갇힌 박정하 씨는 커피믹스 30봉지와 갱도 내 지하수로 버틴 끝에 사고 발생 9일 만에 구조됐다. “평생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 하고 죽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5] 발달장애인 변호사의 성공담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동안 현실에선 발달장애 프로골퍼 *이승민이 제1회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드라마를 썼다. 신체적 장애를 지독한 연습으로 이겨낸다는 그가 말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아들의 자폐성 장애 진단을 계기로 장애인 권익 운동에 뛰어든 사업가는 “아들에게 재산 대신 홀로 설 수 있는 시스템을 물려주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은 독립적인 직장인으로 성장했고, 25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제도도 하나둘씩 도입되고 있다. 개인적 불행에 지지 않는 의지가 사회의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6] 내년은 더 힘겨운 한 해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시절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K 롤링이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말했듯 “가장 낮은 바닥은 다시 삶을 세울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된다”. 끝도 없는 바닥으로 추락한대도 딛고 올라오는 마음만 꺾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동아일보 12월 27일 자 사설 정리​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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