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최근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교육부 보도자료
당장 내년부터 달라지는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교육부가 2019년 11월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2025년부터 자사고, 국제고, 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라는 이슈의 폭발력이 훨씬 커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예고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당시 개선안과 일 년 후에 나온 이번 개선안의 핵심 내용을 비교해보면 일 년 사이에 보다 구체화된 부분도 있지만 정책 방향이 다소 변화된 부분도 있다. 향후 영재학교 및 과학고 진학을 준비한다면 이러한 변화의 배경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변화에 대한 올바른 대응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 中 과학고‧영재학교 선발방식 개선(안) (2019년 11월) |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안 (2020년 11월) |
영재학교 지필평가 폐지 | 학교별 특성에 맞는 입학전형 실시 |
입학전형 사교육 영향평가 실시 | 입학전형 전문성에 기반한 평가의 질 제고 |
영재학교/과학고 지원시기 동일화 | 전형시기 및 지원방법 개선 (향후 영재학교/과학고 중 1개교 지원 추진) |
| 영재교육 기회 확대 및 의‧약학계열 진학방안 학교 간 공유 |
○ 폐지 예고에도 살아남은 영재학교 지필평가, 왜?
일 년 사이 나타난 정책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영재학교 2단계 전형인 지필평가의 폐지가 ‘유지’로 변경된 점이다. 2019년 11월,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학고와 영재학교 선발방식의 개선도 함께 예고했다. 당시 개선 예시 안으로 소개된 내용은 △영재학교 지필평가 폐지 △입학전형에 대한 사교육영향평가 실시 △과학고‧영재고 지원시기 동일화(현재 영재고 후 과학고를 선발하여 중복지원 가능) 등이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이번 개선안에는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지필평가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학교가 선발하려는 인재상을 명확히 안내하는 차원에서 입학전형 실시 이후 모든 출제 문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영재학교 지필평가를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선행학습에 대한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재 입학전형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항 공개를 추진하는 것 역시 학교별 설립목적과 인재상에 부합하는 입학전형으로서 지필평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 밝힌 개선안 주요 사항별 적용시기에 나타난 향후 계획에도 영재학교 지필평가의 폐지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영재학교는 지필평가를 평가요소로 하는 유일한 고입 전형으로 남게 된다. 그만큼 지필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 영재학교 지필평가 바뀌긴 바뀐다, 실마리는 과학고에
물론 지필평가의 평가 방향은 바뀐다. 이는 아마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현 중 1‧2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할 부분일 것이다. 교육부는 영재학교 2단계 지필평가는 영재성 판별 필요성, 외국 사례 등을 고려하여 유지하되, 그 영향력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개선안에 첨부한 자료에서 그러한 예시로 미국 일리노이 수학과학고의 전형을 예시로 들기도 했는데, 해당 학교가 시험 성적 및 학교 성적과 함께 교실수업 및 비교과활동, 리더십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holistic selection process)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마치 2024학년도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변화 방향에서 비교과를 학교 내 영역만 인정한 것처럼 영재학교도 학교 내 활동을 강조하겠다는 변화로도 읽힌다(과학고는 이미 1차 서류평가에서 다른 특목자사고와 다르게 내신 평가가 아닌 학생부 및 자소서 종합평가를 진행 중이다.).
학교 | 종합 | 전형 | 전형별 변화 |
영재학교 | 2단계 영향력축소 종합적검토 *미 일리노이 수학과학고 예시 | 지필 | 문항축소(수학10,과학25) 개방성 높은 열린 문항,서술70% *서울소재 과고문항 예시 |
캠프 | 영재성, 인성, 협업, 리더십 (조별프로젝트,실험,태도면접 등) | ||
과학고 | 종합적 사고 | 면접 | 창의성과 협업적 태도 |
따라서 향후 영재학교 지원자는 어떻게 공부할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공부해야 한다. 특히 영재학교 3단계 전형인 캠프 전형은 협업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어 팀 프로젝트 활동을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밖에 영재학교 지필평가의 세부적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간단히 말하면 ‘영재교육원 문항스러워진다’는 뜻이다. 초등 영재교육원 신입생 선발 문제가 성대 경시(성균관대 후원 전국 초‧중‧고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유형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영재학교 문제가 곧 KMO(한국수학올림피아드) 유형이라는 공식도 깨질 것이다. 문항도 수학 10문제, 과학 25문항으로 축소되고 서술형으로 70%가 출제된다. 난이도는 열린 문항 중심에 사교육 유발요소가 없는 문항을 강조하였는데 2020학년도 서울 소재 과학고 문항을 적합한 예시로 안내하고 있다.
서울 소재 과학고 면접 기출문항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데 세종과학고등학교 문항을 살펴보면 문항의 개념이 중등 과정을 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 방법을 설계하면서 개념을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데 기존의 영재학교 2단계 전형의 출제 난이도와 성격이 달라 곧바로 정책 방향에 맞게 변화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서울 소재 과학고 공통 면접 문항. 출제 수준이 중등 과정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앞으론 영재학교‧과학고 중복 지원 못한다? 당장은 아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지원시기를 동일화하겠다는 발표는 이들 학교 지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지필고사 개선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고민은 중장기 검토사항으로 남아 당장 추진되진 않는다. 대신 영재학교의 경우 전국 8개 학교에 중복 지원이 가능했던 지금과 달리 1개 학교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현재도 서류 지원 단계에서만 중복 지원이 가능하고 모든 학교가 같은 날 전형을 실시하는 2단계 전형부터는 사실상 중복 응시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큰 변화로 보긴 어렵다. 전형 준비과정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긴다기보다 지원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쳐 학교별 경쟁률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재학교 지원 시기를 3월~7월에서 6월~8월로 변경하였는데 이 또한 지원자들이 마지막까지 중학교 생활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여서 지원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현재는 3월 개학 초부터 여러 영재학교를 지원하며 에너지를 쏟고 학교활동이 가장 다양한 5월에 영재학교 지필평가를 치러야 하다 보니 3학년 1학기를 정신없이 보내기 일쑤이다. 전형 시기가 조정되면 이러한 문제는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는 영재학교 및 과학고 전형 시기
○ 그밖에 달라지는 점은? 지역인재 선발 확대, 의‧약학 계열 진학 제재 강화
영재교육 기회 확대와 의‧약학 계열 진학방안 학교 간 공유는 지난해 개선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사실 이 둘은 학교의 올바른 운영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전자의 경우 수도권 학생이 전국 8개 영재학교 재학생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여기에 지역인재 선발을 보다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수도권 출신 학생 쏠림이 다소 완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영재학교가 몇몇 전국 단위 자사고처럼 지역전형과 전국전형을 달리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8개 학교 안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과학고의 방식처럼 2단계 전형 통과자 2배수 인원 중에 서울 25개 자치구 2명(최대 50명), 서울 외 시도 인원 각 2명(최대 32)명을 우선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지필평가 커트라인이 정해지고 지역인재도 이 커트라인을 통과해야 하지만 3단계 캠프 전형에서 혜택을 받으므로 최종적으로 지역인재의 선발 확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8개 영재학교의 지필평가마다 난이도 차이가 있고 수도권 강세가 여전한 만큼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지원은 줄겠지만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꾸준히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조치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의대 진학률 때문이다. 학교별로 각기 다른 제재 방안을 통합해 앞으로는 모든 영재학교가 장학금 환수, 졸업 시 포상 제외 등 동일한 기준으로 의‧약학계열 진학 시 불이익을 주고, 이공계 진학 비율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KAIST도 대입전형에서 수학 1개 문항을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하여 정원 내 모집인원을 줄여야 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이번 발표로 영재학교 전형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혼자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고 나아가는 것이 이전의 영재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식을 표현하고 나누고 확장할 수 있는 학생이 새로운 영재상이 될 것이다.
▶최영득 와이즈만 영재교육 수원영통센터 원장 (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 수석 컨설턴트)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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