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부모와 자녀 사이 신뢰가 성범죄 막는다… 가해 예방 교육도 중요”
  • 최유란 기자

  • 입력:2020.04.24 17:48
[인터뷰]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 저자 황레나·황선준 씨



황레나 씨(왼쪽)와 황선준 씨. 위즈덤하우스 제공


“우리 아이가 바르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라려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
부모라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특히 최근 ‘n번방’ ‘박사방’ 등 미성년자가 피해자와 가해자로 대거 포함된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며 올바른 자녀교육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자녀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기를 수 있을까.

최근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돌아온 자녀교육 스테디셀러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위즈덤하우스)의 저자 황레나·황선준 씨는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황선준 씨는 스웨덴 감사원 및 국립교육청 간부를 역임하며 교육 행정의 일선에서 뛴 스웨덴 교육통이자 ‘스칸디 대디’. 그의 아내인 황레나 씨는 스웨덴의 여러 기초학교에서 20년 이상 전문상담사로 일해온 ‘스칸디 맘’이다.

전 세계 부모들이 탐내는 북유럽 육아와 교육의 본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몸소 체험한 그들에게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자녀를 잘 기르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e메일로 묻고 들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자녀교육, 특히 성교육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 부모가 많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성교육을 어려워하는 부모가 상당수다. 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이 적절한가.

“가정 내 성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생물학적인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데 그림책의 도움을 받아 생물학적인 성에 대해 알려주면 좋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및 가해자 연령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만큼 자녀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특히 이런 문제에 대해 자녀와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신뢰가 필수다. 실제로 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자녀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부모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며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성교육도 중요하다. 사회 전체가 함께 토론하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모두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피해 예방을 위한 소극적 의미의 성교육을 넘어 자녀가 성범죄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부모도 많다. 가해 예방 교육도 필요할까.

“피해 예방과 가해 예방 교육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런 방식의 가해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게 하고 어떠한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만약 문제가 되는 성적 일탈을 저질렀을 때 부모나 학교의 상담사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처음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가벼운 성범죄라 할지라도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대화를 통해 그런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녀가 성범죄 피해 또는 가해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부모가 자녀와 이야기할 때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화를 해야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아이들이 언제나 무슨 말이든 부모에게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상에서 자녀와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 자녀와 단둘이 여행을 하며 대화를 끌어내는 방법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가 상용화되며 디지털 성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아동, 청소년의 성범죄 노출 위험도 과거보다 커졌다. 이에 자녀에게 디지털 기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게 할지, 관련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도 많다.

“스마트폰 사용을 가능한 금지하고 유해 사이트 차단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금지 방법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자녀가 유해한 것들을 스스로 인지하고 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성교육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이번 사건을 사례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반대로 근본적으로는 성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중한 것인지도 교육을 통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의 성교육도 활발한 편은 아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국에서는 성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맞지만, 하고 있는 성교육도 잘못된 경우를 많이 봤다. 성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인식하고 성 평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 여러 과목에 걸쳐 살아있는 성교육을 해야 하며 성소수자의 권리 등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유교적 가치관을 벗어나 성과 관련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 이러한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


―자녀를 잘 기르고 싶어하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북유럽 교육에는 한국과 다른 특별한 점들이 있다. 가정에서부터 평등과 존중을 가르치고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문화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을 주입하지 않고 양성평등을 강조하며 사교육, 영재학교도 없다. 가르치기보다 교감하고, 훈육하기보다 소통하며, 아이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내 아이는 어떤 부모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자녀를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기보다는 믿고 기다리면서 스스로 서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어릴 적부터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살아온 아이들이 자존감 높고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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