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고입이 곧 개막한다. 다음 달 말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영재학교를 시작으로 전기고인 과학고(과고), 후기고인 외국어고(외고)·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그리고 일반고 입학전형이 차례로 진행될 예정이다. 입시는 매년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올해 고입은 더욱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고교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이 발표된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고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25년부터 외고·국제고,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발방식 등도 개선해나가겠다는 강도 높은 개편 내용이 담겨 당장 올해 고입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1학년도 고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2024학년도 대입 변화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지각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에듀동아>는 ‘2021 고입 전망’ 시리즈를 △영재학교·과고 △외고·국제고 △자사고의 순으로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고입 전문가들과 함께 고교 유형별로 올해 입시 흐름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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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서 자사고와 함께 2025년 일괄 폐지 선고를 받은 외고·국제고는 올해도 교육당국과 지난한 법정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25일 정부는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를 삭제하고 2025년 일반고로 전환하는 골자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일괄 폐지가 결정됐을 때부터 크게 반발해왔던 외고·국제고 측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을 공식화한 상황. 헌법소원은 시행령 개정안 공포 90일 이내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올해 이들 학교의 운명이 헌법재판소에서 판가름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외적인 상황과 달리 올해 외고·국제고 입시는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25년 일괄 폐지 결정이 나오면서 오히려 2021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졸업 때까지 외고·국제고 지위가 유지되는 안정성이 확보됐기 때문. 여기에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논란을 통해 그간 대입에서 보인 이들 학교의 경쟁력이 증명돼 인기가 꾸준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 ‘일괄 폐지’ 선고로 안정성·우수성 보장
지난해 말 2025년 일괄 폐지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2021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는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전국 모든 외고 30곳과 세종국제고 제외 모든 국제고 6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외고·국제고 지위 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입시를 진행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올해 고입으로 한정하면 오히려 이들 고교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보장하는 셈이 됐다. 당장의 지위 유지가 불확실했던 외고·국제고의 지위가 시한부이긴 하나 2025년까지는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 예정됐던 재지정 평가도 모두 취소됐다.
여기에 교육당국이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추진의 배경으로 제시한 자료는 이들 고교의 대입 우수성을 입증하는 지표가 됐다. 실제 최근 대입에서 대학별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 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순으로 서열화된 것이 확인됐다는 자료를 발표했기 때문. 이와 함께 2019학년도 기준 고교유형별 합격률이 △외고·국제고 19.5% △자사고 5.4% △일반고 4.3%로 나타난 대학 전형의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이번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이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서도 2021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 수요를 예년과 비슷하게 유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25년 일괄 폐지안이 나오며 오히려 2024년까지는 재지정 평가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 보장됐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지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고교서열화 해소방안과 주요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에서도 이들 고교의 대입 실적이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에 올해 전반적인 지원율과 합격선은 유지되거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도 “2021학년도 고입은 외고·국제고의 일괄 폐지가 예정된 2025년보다 4년 전이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며 “올해 경쟁률과 합격선 등은 전년도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2024 대입 바뀌지만… “여전히 유리”
현재까지 예정된 2024학년도 대입이 외고·국제고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 또한 올해 이들 고교 입시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2021학년도 고입 수험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해인 2024학년도 대입 변화를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2024학년도까지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이 40% 이상으로 확대되며, 수시에서는 논술·특기자전형 폐지를 유도하며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것.
기존 외고·국제고가 특기자전형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여왔던 만큼 대입전형 비중 개편으로 향후 대입에서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으나, 이들 고교가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만큼 문제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학별 편차는 있으나, 논술·특기자전형 폐지로 확보된 비율이 수능 위주 전형 확대로 연결되고, 기존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 김창식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외고는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국제고는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유리한 편인데 2024학년도 대입 역시 이들 전형으로 많은 인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부종합전형 불공정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며 2024학년도부터 학생부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 등의 대입 반영을 폐지하고, 대입 전 과정에서 고교 정보를 가리는 ‘블라인드 평가’를 시행하기로 한 변화도 있으나, 이 또한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비교과 폐지로 교과, 즉 내신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내신 성적의 높고 낮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별 처한 상황에 따른 성취 수준을 자세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중요성이 더욱 커져 학생의 학업역량, 발전가능성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것이기에 외고·국제고에서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이라면 고교 블라인드 처리 등으로 불리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올해 외고·국제고의 지원율이 꾸준히 유지 또는 상승할 것으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 “고교 유형별·학교별 차이 발생 유의”
그러나 주의할 점은 있다. 전반적으로 2021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많기는 하나 고교 유형별·학교별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외고와 국제고도 엄연히 다른 특징을 가진 개별 유형의 학교인 만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외고의 경우 정시와 수시 준비가 동시에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국제고는 통상 수시 대비에 특화된 경우가 많아 올해 같은 상황에서도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창식 책임연구원은 “주요 외고의 경우 정시와 수시 준비에 모두 유리해 강세를 보이겠지만 국제고는 정시 확대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전국 선발 자율형사립고와 지원자층이 겹치는 특징 등으로 지원율이 전년도 대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별 편차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모두 7곳인 국제고와 달리 외고는 전국 각 시도에 30곳이 있는 만큼 학교별 선호도 차이가 큰 편. 또한 외고는 학과별 지원이 이뤄지기에 이에 따른 차이도 고려해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학과별 지원을 하는 외고는 전체적인 입시 경향보다도 지원을 생각하는 학과의 지난 지원율 변동 흐름을 살펴보며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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