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DB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후폭풍이 크다. 서울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정시 40% 확대,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활동의 대입 반영 금지, 논술‧특기가전형의 단계적 폐지 등 대입 대비의 방향을 바꿀 굵직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당장 학원가에선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영향을 예측하는 설명회와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대입 준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고교 선택이 가장 큰 문제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적용 시점은 2023학년도 이후로, 고민해야 할 변화가 적지 않은데도 당장 고교에 적용되는 현실이 아니다 보니 막연하게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갈피를 잡기 어렵다.
○ 수능 위주 전형 40% 확대, 그 이면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핵심은 정시(수능 위주 전형) 확대다. 그럼 ‘정시가 확대되면 특목‧자사고가 유리할까, 일반고가 유리할까’만 고민하면 될까.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단순히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체 대입 전형의 구조가 바뀔 것으로 보이기 때문.
[표] 정시 40% 확대 권고 대상 16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전형유형별 비율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대교협 발표 기준, 재외국민 빛 외국인 전형 모집인원은 제외) | |||||
구분 | 수시 | 정시 | |||
교과(%) | 학종(%) | 논술(%) | 실기/실적(%) | 수능(%) | |
건국대 | 0 | 50.2 | 13.3 | 0.8 | 35 |
경희대 | 0 | 50.6 | 13.1 | 6.5 | 25.7 |
고려대 | 28.3 | 48.4 | 0 | 4.6 | 18.8 |
광운대 | 8 | 46.3 | 10.9 | 0.8 | 32.8 |
동국대 | 0 | 48.4 | 15 | 4.7 | 31.7 |
서강대 | 0 | 52.3 | 13.9 | 0 | 33.7 |
서울대 | 0 | 77.6 | 0 | 0 | 21.9 |
서울시립대 | 17.9 | 40.7 | 5.6 | 0.6 | 32.3 |
서울여대 | 13.5 | 38.2 | 8.9 | 4.7 | 33.1 |
성균관대 | 0 | 50.6 | 14.9 | 2.9 | 31.6 |
숙명여대 | 10.3 | 40.5 | 12.6 | 6.5 | 26.2 |
숭실대 | 16 | 38.3 | 9.7 | 1.8 | 31.4 |
연세대 | 0 | 49.8 | 10.6 | 4.5 | 31.3 |
중앙대 | 11.9 | 32.2 | 16.3 | 8.4 | 27.2 |
한국외대 | 13.8 | 33.1 | 13.7 | 0 | 39.4 |
한양대 | 9 | 39.8 | 11.9 | 6.1 | 30.1 |
[16개교] | 7.8 | 46.2 | 10.8 | 3.7 | 29.5 |
*정시는 수능 위주 전형 외 전형은 미표기함. 정시에서 수능 위주 전형 외 타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전형유형별 비율의 합이 100%가 아닐 수 있음. |
교육부가 정시 40% 확대를 권고한 서울 16개 대학의 2021학년도 대입전형계획 기준 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은 평균 29.5% 수준이다. 모집정원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므로,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려면 다른 전형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의 선발인원을 수능 위주 전형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16개 대학의 현재 전형 구조상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은 서울대, 고려대 등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여 수능 위주 전형을 늘려야 한다. 정시 확대의 연쇄 효과로 그간 수시의 대세 전형이었던 ‘학종’의 축소가 예견되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 평가요소가 대거 폐지되는 점도 전형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논술, 특기자전형을 줄여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릴 수 있더라도 기존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권에 제약이 많다고 느낀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이고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릴 수 있다. 남아있는 학생부종합전형 또한 평가방법의 변화로 학생부 교과영역을 정성평가하는 전형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간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학생부교과전형의 부상과 학종 평가방법의 변화는 정시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다. 이 두 변화 모두 ‘내신’의 위력이 한층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복합적 변화… 고교 풍경, 어떻게 바꾸나
이번 변화로 고교의 교실 풍경은 이른바 ‘내신파’와 ‘수능파’로 양분될 수 있다. 내신에 강점이 있는 일부 상위권 학생은 내신의 영향력이 커진 학종이나 학종 대신 늘어난 학생부교과전형 등 수시를 적극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신 경쟁에서 밀린 대다수 학생은 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수능을 통해 남은 절반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양자택일의 시점은 현재보다 빨라진다. 단판 승부인 수능과 달리 내신은 누적 평가이기 때문에 초기 성적의 불리함을 역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고교 1학년 시기에는 내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 공부에 집중하다가도 원하는 내신 성적을 얻지 못하면 일찌감치 수시를 포기하고 수능 대비로 돌아서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내신 경쟁에 유리한 고교만 고집하기 어려운 이유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 1학년을 마친 시점 기준으로 내신 1, 2등급에 진입하지 못한 학생이 전체 학생의 90%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정시 비중이 40% 중반 수준인 것은 전체 수험생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치로 보기에는 미흡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이 전체의 40% 수준에 그치더라도, 수험생의 심리적 무게추는 그 이상으로 수능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내신 따기 쉬운 일반고냐, 수능 대비에 유리한 특목‧자사고냐
결국 ‘내신이냐, 수능이냐’에 따라 고교의 유‧불리가 갈리는 구조지만, 두 요소의 비중이 비등하고 고교 진학 전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 요소를 알기 어렵다는 점은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내신과 수능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 절반의 기회를 잃는 구조라면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향이 최선이기 때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면학분위기와 좋은 교육환경 등이 특목‧자사고의 매력일 수 있지만 (이들 고교는) 내신 따기가 여간 만만하지 않다“면서 ”수능 준비는 인터넷 강의나, 학원 등에서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실이라고 보면 내신 따기 좋은 일반고가 더 많은 옵션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시 이월인원을 감안할 경우 45~50% 선까지 늘어나는 정시는 수능 대비에 유리한 고교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 임성호 대표는 ”다음달 있을 현 중3의 고입에선, 정시 확대기조에 따라 외고, 자사고를 비롯한 우수 명문 일반고 지원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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