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교단일기] 어린이 보호 구역, 어른들은 지키고 있습니까?
  • 김수진 기자

  • 입력:2018.10.01 09:19
정가영 인천 부개초 교사의 교단일기

 

에듀동아는 신학기를 맞아 시공미디어가 운영하는 초등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과 함께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다양한 고민과 단상을 담은 교단일기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교과과정 연구와 학생 생활 지도 Tip부터 학부모 상담대응 노하우 등 초등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주제로 베테랑 교사들이 보고 느낀 점을 담백하게 담았습니다. 교단일기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계 내부의 소통이 더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교단일기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Copyright 2018. 정가영. All rights reserved.​​​​​​

 

 

얼마 전 수업을 마치고 출장 가는 길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선생님 저 유이 엄마예요. 우리 유이가 그러는데 태권도 학원 앞 횡단보도에서 조근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던데요?”

 

우리 반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니. 나는 몹시 당황했다.

 

학교 끝나고 태권도 가다가 차에 치였대요. 선생님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전화 드렸어요.”

!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학교와 조금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하교시간도 한참 지난 터라 학교에서는 아무도 조근이의 사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출장 가던 길을 되돌아 학교 옆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더니 그렇게도 개구쟁이이던 아이가 응급실 침대에 앉아 떨고 있었다. 응급실에 보호자로 계시던 할머니는 조근이와 나를 안심시키시려는 듯,

 

선상님 뭣허러 여 까지 오셨어요. 애가 하도 조잡스라워서 뛰댕기다가 그런 건디. 바쁘실텐디 오셨대요. 애기 멀정하다니께요. 그냥 검사 해본다고 기다리는 거여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근이도 놀라서 얼어 있다가 나를 보자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조근이 괜찮아? 깜짝 놀랐겠다.”

“......”

위험한 길에서 뛰어간 걸 보니 조근이가 급한 일이 있었나 보네.”

“....나는요. 그냥. 태권도 빨리 가려고요.”

아이구. 태권도 차도 안타고 혼자 뛰어간 거야?”

차보다 내 달리기가 더 빨라요.”

빨리 가느라 위험하게 초록 불인지 빨간 불인지도 못 보고 갔구나?”

위에 초록 불 분명히 봤는데...”

 

조근이는 앞쪽이 아니라 오른쪽 위를 가리키며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차싶었다.

 

. 우리 조근이 초록 불 바뀌는 것 정말 잘 봤는데. 그건 자동차 초록 불이야. 자동차도 초록 불에 갈 수 있거든. 색깔이 같아서 착각을 했나 보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근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단지 초록색이라는 사실에 집중하며 자동차 신호에 길을 건넌 것 같았다. 결국 운전자는 보행자 신호에는 가만히 서 있다가 자동차 신호에 움직이는 아이를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듯 돌발행동을 많이 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상식 밖일지 모르지만 찬찬히 이유를 들어보면 조근이처럼 모두가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을 운전해서 지나다 보면 간혹 아찔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굴러가는 공을 잡으려 무작정 도로에 뛰어드는 아이, 건너편에 있는 친구가 반가워서 신호를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아이, 장난치다가 도로에 밀려 넘어지는 아이 등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이들이 튀어나오곤 한다.

 

어린이 보호 구역이 있어야 하고, 그곳에서는 느리게 주의를 기울이며 달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 하교 시간에 침이 마르도록 잔소리를 하고 안전교육도 자주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때가 있다. 물론 자기 안전은 자신이 지키는 것이 맞지만 시야가 좁은 아이들은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이 점을 간과하는 어른들도 많다.

 

하지만 결국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다양한 상황을 예측, 파악할 수 있는 어른일게다. 학교 선생님으로서 어린이 보호 구역을 자주 지나는 어른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어린이 보호 구역을 지날 때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도 천천히 주위를 살피고, 너그럽게 양보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선생님으로서의 바람입니다.”

 

정가영 인천 부개초 교사

 

(정가영 인천 부개초 교사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1학년 학급을 운영하며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귀여운 웹툰으로 제작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고민과 수업 노하우가 담긴 정가영 교사의 교단일기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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