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실패 잠복기’ 놓치면 우리 아이 영어실력도 놓친다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9.18 18:03
권태형 교집합 연구소장의 영어 우등생 만들기… ① 실패잠복기를 극복하라

 









《2018학년도 대입에서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며 입시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우리 자녀에게 ‘영어’의 중요성은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지요.

 

 

그렇다면 초·중등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자녀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후천적 영어 1등급 만들기’의 저자이자 교집합 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권태형 소장의 ‘영어 우등생 만들기’ 시리즈를 통해 그 방법을 살펴봅니다. 》

 

 

영어는 짧은 기간 동안에 학습자가 아무리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더라도 큰 성취를 이루기는 어려운 과목입니다. 그것은 바로 영어가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영어지식의 단순한 암기를 넘어 언어적 직관(Intuition)을 내면화하는 것은, 절대적 시간의 양이 요구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습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은 수학, 과학학습 방법과 영어공부법이 달라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어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성취되는 건 오래 걸리는 반면,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의 영어가 망쳐지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대표적인 시기를 알아보고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 영어실력 하락의 원인… ‘실패 잠복기’에 있다 

 

우선 고등학생들 입을 통해 드러난 영어 공부가 어려워진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살펴보면 중1과 중2 때 영어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학생이 가장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평가원은 ‘중학교에서는 개념 중심의 추상적 어휘가 급격히 증가하고 문자 언어 중심의 수업이 주를 이루는 데서 비롯된 결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즉, 중학생이 되면서 영어가 어휘를 중심으로 난도가 높아지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대비가 부족해 영어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내용뿐만 아니라 시험형식 또한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영어에 대한 좌절감과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위 설문에서 보여주고 있는 ‘영어공부가 어려워진 시점’ 특히 중1~2학년 시기는, 사실 우리 아이들의 ‘영어가 난관에 부딪치기 시작한 시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서 실패하고 있었던 영어 학습의 결과가 겉으로 드러나는 시기일 뿐입니다. 

 

저는 이것을 ‘실패 잠복기’라고 부릅니다. 그 실패 잠복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영어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 부모의 섣부른 진지함이 자녀의 영어실력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아이들의 영어가 망가지는 첫 번째 시기는 바로  입니다.

 

이는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언어와 학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엄마의 진지함은 정말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성급한 진지함은 아이들의 영어를 망치기 쉽습니다.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가 일찍이 영어를 너무 잘 해서 망가지는 경우입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영어를 잘 하고 즐겨하는 초2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영어학습을 잘 따라오다 보니 엄마는 갑자기 진지해지면서 욕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갑자기 문법학습을 시키기 시작하죠. 어차피 공부해야할 중요한 내용이니 미리 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너무 이른 시기의 명시적 문법학습은 오히려 독(毒)이 됩니다. 좋았던 영어가 싫어지게 되고, 어려운 문법용어는 아무리 들어도 결국 이해조차 되지 않죠. 언어의 형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의 문법체계를 초등 저학년이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결국 영어를 잘 하던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되고, 영어는 어려운 것이라는 좌절감만을 안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줘가면서 영어공부를 시키던 어머니의 사례입니다. 아이가 초등학생 5학년이 되고 보니 엄마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중학생이 될 날이 머지 않았는데 이대로 있다 보면 큰 일이 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옆 집 엄마도 ‘그러다가 애 영어 망친다. 너무 느슨하게 시키는 게 아니냐’며 한 마디 거들고 나섭니다. 엄마는 무언가 죄책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혹시 엄마 때문에, 엄마가 중요한 시기를 놓친 탓에 내 아이의 영어학습이 잘 못되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킵니다. 

 

그렇게 진지해져서 달려가게 되는 곳이 바로 학원, 그것도 소위 말하는 ‘빡센’ 학원입니다. 놓친 시기와 진도를 만회할 방법이라고 믿으며 아이를 혼내고 힘껏 ‘푸쉬’하기 시작하죠. 이렇게 되면서 우리 아이 영어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학습은 본인의 수준을 고려하기 보다는 도달해야하는 목표가 중심이 되기 쉽습니다. 결국 남는 것 없이 그냥 영어는 어렵고 괴로운 것이라는 생각만을 심어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Affective Filter(감정적 여과)’만이 강화되게 되죠. 싫어하는 과목은 공부자체도 안하게 되지만 학습을 한다고 해도 머릿속에 잘 남지 않게 됩니다. 

 

 

○ 영어학습 성공은 ‘디테일’에 달렸다

 

시간이 급박한 고3도 아닌 초중학생들에게는 올바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바로 ‘1+1’ 즉 자기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만 더 높은 수준으로 학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돌고래에게 물 위로 뛰어올라 훌라후프를 뛰어넘는 묘기를 연습시킬 때 ‘1+1’ 개념이 적용됩니다. 이런 ‘Shaping(조성)’ 방식은, 돌고래가 뛰어넘을 훌라후프의 높이를 아주 조금씩만 올리면서 연습 난도를 늘림으로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결국 점진적으로 목표를 성취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초중등 영어학습 때 중요시해야할 영어 학습역량은 바로 매일(daily)을 기반으로 둔 학습계획과 습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학습에 대한 대단히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죠. ‘성공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학습은 매우 사소한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고 반대로 사소한 성취와 동기가 성공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영어에 대한 좌절감과 무기력부터 심어주어서는 절대 안 되고, 본인의 수준과 성향에 맞는 적정량의 학습을 권장해 주어야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가장 중요하지만 정말 큰 실패 잠복기가 도사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영단어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단어학습의 큰 방향성을 다시 재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권태형 교집합 연구소장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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