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입시설명회 가랴, 학군 옮기랴… 불안감 커진 초등 학부모 분주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8.30 19:50
잇따른 교육개혁 여파에 중등 넘어 초등까지 혼란

 







#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사립초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최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고입전문 학원을 방문했다. A 씨는 이 학원에서 자녀의 학습 상담보다는 이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눴다. A 씨는 왜 공인중개소가 아닌 학원을 찾아 이사를 논의한 것일까. 

 

 

A 씨가 이사를 결심한 이유는 다름 아닌 초등생 자녀의 전학 때문이다. A 씨는 그간 자녀가 다니는 사립초교가 공립초교에 비해 영어나 예체능 교육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 만족하던 상황. 하지만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 초등 3학년인 A 씨의 자녀가 대입을 치를 때면 대학의 정시모집 비중이 30% 이상 확대된다. 이 때문에 정시 경쟁력을 갖춘 고교에 배정받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양질의 수능 사교육을 받기 용이한 강남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 것. 

 

결국 학원 원장으로부터 “강남 지역 초등학생들은 초등 고학년부터 이미 중등 선행학습을 시작하기 때문에 고교 배정을 위해 중학교 때 학군을 이동하면 늦다”는 이야기를 들은 A 씨는 2학기가 끝나는 올 연말 즈음 강남으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 

 

 

교육부의 잇따른 교육정책 발표 이후, 중학교 학부모뿐만 아니라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변화된 교육정책이 미칠 파장을 우려해 곳곳의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A 씨의 사례처럼 일부 발 빠른 학부모들은 단순 우려나 관망을 넘어 이사나 전학을 계획하는 등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 인산인해 고입 설명회… “초3·4 학부모 비율, 이례적으로 높아”

 

사교육 기관이 주관하는 입시설명회에는 이례적으로 초등 학부모의 참석이 늘었다. 지난 일요일(26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주관한 고입 설명회에는 무려 1만2000여명에 달하는 초·중등 학부모가 참석했다. 강당에 마련된 좌석이 ‘꽉’ 들어차자 의자 사이사이 통로에 착석해 설명회를 듣는 학부모도 생겨났을 정도. 이날 열린 설명회는 9월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열리는 대입설명회 못지않은 인기를 보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설명회 참석 인원 중 30% 정도가 초등 학부모였는데, 초등 학부모의 참석 비율이 이정도로 높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이번 대입개편안에 초·중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 담겨있어 많은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설명회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권역별 소규모 입시설명회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역별 간담회에는 아무리 많아야 60~70명 정도의 인원이 참석하는데, 지난주 대전에서 진행된 설명회에는 무려 250명의 초·중등 학부모가 참석했다”며 “특히 초등생 학부모 비중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 “학군 이동해야 할까요?”

 

수시모집의 확대 분위기 속에 일반고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비교적 잠잠해졌던 ‘학군 이동’도 다시 꿈틀대는 추세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에 앞서 중학교 배정 단계부터 관리하려는 초등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B 씨도 그 중 하나. B 씨는 집 근처의 공립초교 대신 사립초교의 교육경쟁력을 믿고 일부러 멀리 강북의 한 초등학교로 자녀를 진학시켰지만, 최근 자녀를 자택인 강남 근처의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볼 때, 결국 강남 소재 고교로 자녀를 진학시키는 것이 대입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서다.  

 

실제로 목동·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고입전문 학원 관계자들은 대입개편안 발표 이후 학군이동과 관련된 초등생 학부모들의 문의가 증가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한 고교 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일산에서 목동으로 이동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이전에는 대개 중1·2 학부모들이 문의했으나 요즘에는 초3~5학년 학부모들까지 학원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 “대입은 아직 먼일, 부화뇌동 할 것 없다”

 

초등 학부모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교육정책이 가져온 불확실성 때문이다. 계속해서 바뀌는 정책 기조 속에서 현재 자녀가 놓인 환경이 향후 대입에서 유리할지, 불리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드니 일단 어떻게든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보자는 생각의 발로인 것.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지나치게 우려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3~6년 뒤의 입시정책은 언제든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초등 수준에서 학습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초학력을 다지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 기초학습을 튼실하게 한 학생은 추후 어느 고교에 가서도 대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 역시 “고교 유형이나 학군이 대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라면서 “부화뇌동해 섣불리 학군을 옮기기보다 국, 영, 수 기초만 잘 다져도 향후 대입에서 선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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