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내신 더 이상 못 믿겠다”… 내신 불신에 흔들리는 수시 공정성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8.14 18:24
서울 S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야기한 내신 불신… 그 원인과 해결책은?

 









서울의 한 S여고 A교사의 2학년 두 쌍둥이 딸이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두 자매의 성적은 각각 전교 59등, 121등이었다. 내신 경쟁이 매우 치열해 갑작스런 순위 변동이 어려운 이른바 ‘강남 8학군’ 소재 고교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데다, A교사가 시험의 관리와 감독을 총괄하는 ‘교무부장’ 직책을 맡고 있어  “A교사가 두 자녀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온 상황.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13일 S여고를 대상으로 특별장학 조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물론 A교사 두 자녀의 성적 상승 비결은 노력의 결과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교육계 일각에선 “내신 성적을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 서울 S여고 내신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내신 시험문제가 유출돼 홍역을 치른 학교가 적지 않기 때문. 지난 7월 광주의 한 사립고에서 학교운영위원장과 행정실장이 짜고 고교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9과목 시험지를 빼돌리는가하면, 서울 강북구의 한 자사고에서는 고2 학생 두 명이 학교에 잠입해 문학 과목 시험지와 서술형 문제 답안지 등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결국 두 학교는 각각 전 과목과 해당과목의 재시험을 치렀다. 

 

이번 논란은 고교 내신 시스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대입에서 수시 학생부위주전형의 비중 확대로 내신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내신의 공정성이 떨어지면 대입의 신뢰도까지 하락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 현직 고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대학, 10명 중 8명 수시 선발… “잇따른 시험문제 유출, 수시 확대가 부른 일탈”  

 

최근 고교 현장에서 시험지가 유출되는 현상이 연달아 발생한 이유는 대입에서 수시 모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대입에서는 전체 신입생 10명 중 8명가량이 ‘수시모집’으로 선발될 정도로 수시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입 4년제 대학 전체 모집인원의 76.2%는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그 가운데 내신 성적이 합·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4.3%다.

 

표면상으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소재 최상위권 대학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울대는 무려 전체 모집인원의 62.4%를, 고려대는 60.7%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즉,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사실상 ‘고교 학생부’가 좌우하는 구조다. 

 

게다가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교과전형에 비해 내신의 영향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종로학원이 지난해 서울대(지역균형선발전형)와 고려대(학교추천Ⅱ)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 평균 성적을 자체 조사한 결과 각각 1.19등급과 1.57등급으로 나타난 것.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진로진학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처럼 내신 성적에 의해 합·불이 좌우되는 등 내신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증대된 것이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는 원인”이라며 “대다수 고교의 비교과 프로그램이 서로를 벤치마킹해 비슷한데다, 고교에서 채울 수 있는 비교과 활동에 한계가 존재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 성적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즉, 중간, 기말고사에 대한 학생들의 압박이 커지는데서 비롯된 일탈로 보인다”고 말했다. 

 

 

○ 피해 학생·학부모 “학생부 불이익 있을까 항의도 조심스러워”

 

내신 시험문제 유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학교 재학생들의 몫으로 돌아와 문제가 심각하다. 학생들은 재시험을 치르며 시간을 낭비해야 할뿐만 아니라, 향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자신의 학생부 내역도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등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린다. 

 

내신 재시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직하게 시험을 치른 선량한 학생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 당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던 학생들은 재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실수로 문제를 틀릴 경우 억울하게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게다가 각 고교에서는 시험이 끝난 직후 교내 대회 및 동아리 활동 등이 숨가쁘게 진행된다. 학생들은 교내활동과 재시험 공부를 병행해야 해 부담이 크다.

 

더불어 학교 측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우 학생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학생부 기록의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항의를 할 경우 향후 학생부 기록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실제로 최근 학교에서 시험지가 유출되는 사건으로 인해 재시험을 치르는 피해를 입은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혹시라도 자녀의 신원이 노출돼 학생부 기록에 피해가 갈 것이 우려된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 수능만큼 철저한 ‘내신 관리 시스템’ 마련해야

 

이처럼 각 고교 내신 시험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대학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현행 대입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고교 내신 시험은 수능과 달리 관리·감독 및 통제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로 이어지기보다는 내신 시험의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수능 확대로 이어질 경우 공교육이 무너질 것”이라며 “내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동일한 학교에 배정받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하며, 시험문제 관리·감독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마련해 시행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장은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만일 교사가 내신 시험문제를 유출할 경우 파면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교내에서 시험문제가 도난, 유출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인쇄실을 비롯해 시험지를 관리하는 교무실 등에 보안, 잠금장치를 강화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시스템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신 줄 세우기’를 강조하는 현행 입시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병욱 교장은 “치열한 내신 경쟁의 부담이 줄어야만 이처럼 내신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사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내신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과목별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면접고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대학에서 우려하는 변별력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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