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MeToo)’ 운동이 우리 사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한 여배우가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하며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MeToo’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써 달라”고 언급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다양한 통로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이 확산된 것.
우리나라에선 지난 1월말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전직 법무부 간부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검찰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현직 여검사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 과거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실을 숨겨왔던 정계, 예술계, 언론계 종사 여성들이 용기를 냈고, 이런 흐름에 ‘한국판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다.
그간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겨왔던 피해자들은 왜 활발하게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것일까?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와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 확산 계기는?
서지현 검사가 과거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검찰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하고 곧바로 한 방송사의 뉴스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를 하자 ‘한국판 미투 운동’은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의원과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은 과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으며, 전직 경찰 출신 언론인도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미투 운동은 정계나 언론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만 국한되진 않았다. 직장인 전용 한 익명 SNS에는 ‘미투 게시판’이 신설된 지 열흘 만에 1600개가 넘는 글이 게재되는 등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미투 운동에 적극 동참하며 사회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간 것.
지난해 말,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될 당시,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권력과 지위를 모두 가졌다고 평가받는 검사조차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용기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침묵하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갖는 데에 사회적인 권력과 지위를 갖고 있는 현직 여검사의 고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 변화시키는데 일조”
한국판 미투 운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일탈로 여겨져 온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도록 인식의 전환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권력과 지위를 무기로 부하 직원을 상대로 함부로 희롱·추행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을 관행으로 인식해온 후진적인 사고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피해 사실 폭로는 그 동안 사회적으로 허용돼 온 잘못된 행동에 대해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을 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을 목격하고도 눈을 감거나, 성희롱 발언을 농담으로 사용한 적은 없는지 돌이켜 보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또 SNS를 기반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발언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과 미국의 미투 운동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여성의 폭로로 시작됐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은 이들과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아 공개적으로 피해 사실을 고백할 경우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해고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를 통해 확산돼 피해자 개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폭력 피해자처럼 마음의 상처가 심할 경우 자신의 상처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효과가 있다”며 “성폭력 문제를 알려도 괜찮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 미투 운동,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현재 한국판 미투 운동은 다양한 형태의 운동으로 변주돼 확장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위드유(#Withyou)’ 운동과 성폭력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일 때 적극적으로 만류·비판하자는 취지의 ‘미퍼스트(#MeFirst)’ 운동 등이 바로 그것.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미투 운동에 동참해 성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하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성폭력과 피해자를 바라보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 특히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즉,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거나 고발했다는 이유로 직장내에서 해당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성폭력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조직 내부의 시스템을 마련하고, 법률을 재·개정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 내에서 성희롱·추행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면 구성원들도 그 분위기에 따라가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이를 강력하게 제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해도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법률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면 보호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변호사들 역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해 상당수가 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생각해볼 문제
1. 성폭력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미투 운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조사해 보자.
2. 한국판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논의해보자.
교과서 찾아보기
국어 1-2 4(1) 토의하기
국어 2-1 3(1) 같은 대상, 다른 생각
국어 3-1 2(1) 마음 열고 토론하기
도덕 ② 4. 도덕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의 중요성과 방법
참고자료
KBS 라디오, 2018년 2월 9일자, ‘미투 확산’ 성폭력 인식 변화 계기될까?
지도법
학생들은 한국판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성폭력 문제가 왜 직장과 같은 권력구조가 있는 공간에서 쉽게 발생하는지 논의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소통과 공감의 힘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은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에 기여했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토의 및 토론 활동을 통해 미투 운동의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보며,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어떠한 인식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남성 중심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군대 등에서 남성 성폭력 문제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지만, 미투 운동에 남성 피해자의 참여는 미비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논의해본다면 학생들이 사안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나혜정 대구 경서중 국어 교사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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