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학생부, 언제까지 교사 손에 맡길래?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3.29 18:09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이 말하는 ‘미리 쓰는 학생부’ 작성 TIP






 

2018년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비중의 ‘역전’ 현상이다. 3월부터 상당수 주요 과목 교사들은 지필 40%, 수행 60%의 비중으로 내신을 산출할 것을 천명하고, 수행평가 기준을 배포했다. 일부 과목의 경우 수행평가 비중이 70%를 넘기도 한다. 이는 내신 점수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도 기재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학생으로부터 기원한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개설된 동아리 목록 50~60개를 뽑아 와서 “저는 IT 쪽에 관심이 있는데, 어떤 동아리에서 어떠한 활동을 해야 제 진로에 도움이 될까요?”를 문의한다. 충실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결과다. 

 




○ 지원 자격은 내신이 주고, 입학 결정은 학생부·면접이 한다


 

학생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이다. 학생부에 자신이 없는 학생이라면 학생부교과전형을 선택하면 되고, 논술전형을 노리거나 정시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당수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서류(학생부) 또는 면접평가를 실시한다. 1단계 전형에서 내신 성적으로 3배수~7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 전형에서 서류 또는 면접평가로 최종 합격이 결정되는 것. 즉, 내신으로 대학 ‘지원 자격’을 얻고, 서류·면접으로 입학이 ‘확정’되는 셈이다.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해봤다’는 자부심만으로 평생을 살 생각이라면 모를까, 그 대학에 합격하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내신과 함께 학생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대학은 점수만 높은 학생이 아니라 ‘우수한’ 학생 원해


 

이제 3월이 지나면 동아리가 결정되고, 봉사활동, 진로활동, 자율활동 등을 시작할 터. 이러한 학교활동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나만의 학생부’로 재구성된다. 이를 참고로 대입 합격을 결정하는 입학사정관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할까? 

 

한 고2 학생이 교육 전문가를 찾아왔다. 학생은 ‘국문과에 입학해서 행정학과로 전과를 하겠다’고 한다. 행정학과가 목표이긴 하지만, 활동 중인 동아리가 방송부고 자신은 작가이기 때문에 보다 관련 있는 국문과로 진학을 노리겠다는 것. 하지만 명심하라. ‘나의 합격 당락을 결정하는 입학사정관’은 ‘어떤 동아리를 선택했느냐’ 보다는 ‘어떠한 활동을 했는가’를 중시한다. 

 

이에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에서 발표하는 입시 관련 보도자료를 방송으로 전달하고, 때로는 이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행정 홈페이지에 의견을 개진하라”고 조언한다. 학생이 이 조언을 따르면 동아리 지도교사는 학생부에 ‘이 학생은 다른 방송부원이 노래를 틀 때 교육부 보도자료를 소개하고, 교육당국에 의견을 개진할 정도로 행정학에 관심이 많다’고 써줄 것이다.

 

입학사정관은 이를 눈여겨보고 내신이 조금 불리하더라도 1단계 전형을 합격시킬 것이다. 면접에서 ’진짜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고, 행정의 어떤 부분을 방송부 활동과 연계시켰는지‘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정말로 행정학과에서 4년간 공부할 열의가 있고, 이미 고등학교 학교활동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까지 갖추고 있다면? 이 학생은 교수님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학생,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의문은 NO! “정말 그렇다”


 

당신이 행정학과 교수라면? 위 사례처럼 교육행정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깊이 있게 공부한 학생의 내신 성적이 2.5등급이고, 이런 활동경험은 없지만 내신이 2등급인 학생도 같이 지원했다면? 당신은 어떤 학생을 선택할 것인가.

 

일단 두 학생 모두에게 면접 기회를 줄 확률이 높다. 내신 점수를 포함한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건 1단계 전형까지다. 학생이 지원한 학과의 교수(입학사정관)는 면접을 통해 전공적합성, 자기주도성 등 ‘내가 이 학생을 4년간 가르쳐 사회의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법대를 가고 싶은데 점수가 모자라 행정학과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내신은 높은데 사고력, 창조력, 공동체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현실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서 종합적인 점수를 낸다. 이것이 대학, 동일 학과에 같은 고교 출신 전교 30등이 불합격해도 전교 50등은 합격하는 이유다. 

 

교수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인재로 육성시킬 의무가 있다. 점수만 좋은 학생이 대학에 합격하고, 학벌로만 취업이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왜 행정학과에 입학해야 하는지, 생명공학과에서 교수와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는지, 동아리·봉사활동의 경험을 대학에서 어떻게 확장시키고자 하는지는 학생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고교는 교과 과정과 비교과 과정, 창의적 체험활동을 포함하여 총 이수단위와 수업시수를 책정한다. 그리고 학생부에 교과 점수와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및 학교활동의 결과를 기록한다.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이렇게 교과만이 아니라 진로탐색과 연계활동을 꾸준히 학습하게 되고, 입학사정관은 당연히 내신과 학교활동의 충실도를 함께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비교과 활동도 체계적인 계획과 탐색과 실천의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



 


○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답은 ‘미리 쓰는 학생부’에 있다


 

우리는 학교생활의 충실도가 대학 입학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교과목에 대한 지필고사도 중요하지만, 수업시간에 질문도 많이 하고, 수행평가도 충실히 하며, 동아리·봉사·진로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질문도 많이 하고, 동아리·봉사활동에서 내 관심분야에 적절한 활동을 하며, 그 결과 내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여, 충실한 학생부와 학과 선택의 이유를 확보해 낼 수 있을까? 이제껏 암기와 정리, 문제풀이 중심의 공부가 충실한 학교생활이라는 등식에 철저했던 우리 아이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미리 쓰는 학생부’가 필요해졌다. ‘미리 쓰는 학생부’란 학기 초에 나의 관심사를 생각하고, 이번 학기에 어떤 책을 읽고, 나의 관심사와 관련한 어떠한 활동을 하며, 수업시간에는 어떠한 질문을 할 것인지를 미리 계획해서 작성해둔 문서를 말한다.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도서관에서 책 정리 봉사활동을 하며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생명공학의 세부분류, 사회진출 분야,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담긴 책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며,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관련 과목인 국어, 영어, 사회, 역사 시간에 미리 만들어 둔 질문을 하며 답을 듣다가 집단심리학과 관련한 단원에서 다른 학생보다 더 빨리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학기 초다. 지금 당장 이면지를 꺼내 놓고, 이번 학기에 탐색하고 싶은 관심분야를 적어 보자. 게임도 좋고 연극, 영화도 좋다. 게임 산업의 구성이나 프로게이머의 일상이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며, 연극을 구성하는 연출, 조명, 무대장치, 음향, 소품 등의 세부 분야 또는 영화 산업 자체에 대한 탐색과 체험을 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과목별 수업시간에는 어떠한 질문을 하고 어떤 토론을 주도할 수 있을지, ‘나의 관심분야’와 관련한 구체적인 비교과 활동은 무엇인지를 나열해보자. 

 

그리고 월별로 활동을 분배해 계획을 세우자.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 3월에 계획된 활동이 어려웠다면? 괜찮다. 4월에 하면 된다. 4월 활동 결과로 관심분야가 수정되었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 내 적성과 성향에 맞는 활동 계획으로 수정을 하면 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진로 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래의 진로 결정은 성인도 어려운 법이다. 학생들에게는 ‘진로 탐색’이라는 용어가 있을 뿐이다.



 


○ 변화된 사회의 요구를 대학은 충실히 반영한다


 

사회가 우수한 인재를 원하듯이,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원한다. 그래서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로 내신 성적이, 비교과 활동을 통해 학생부가 결정된다. ‘우수한 학생’을 가르는 기준에서 이미 시험 점수의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시험 점수와 함께 수행평가 성적, 수업 참여도, 진로 탐색 과정, 그리고 교내활동을 통한 전공적합성, 자기주도성, 정보처리능력의 정도를 평가하게 된 것이다.

 

이제 학과 공부 계획만으로는 충실한 학교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학년에, 이번 학기에 어떠한 활동을 하고, 그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진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지금 당장 미리 쓰는 학생부를 만들어 보자.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교육 칼럼니스트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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