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2017.11월호] ‘논술’로 정리하고, ‘그림’으로 표현한다
  • 최송이 기자

  • 입력:2017.11.15 13:39
대구 새론중 김장환 교사의 비주얼 씽킹 수업


중학교 기술교과 수업은 이론 수업을 먼저 한 뒤 실습 수업을 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만들고 체험하는 실습 활동에는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많지만, 교사가 주도하는 이론 수업에선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일쑤. 김장환 대구 새론중 수석교사는 학생들이 기술교과 이론 수업에도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에 ‘비주얼 씽킹’을 접목시켰다.

비주얼 씽킹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이미지나 글로 표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내용과 성취기준과 관련된 논제를 주고, 해당 논제의 핵심을 모둠별로 파악하고, 토론하게 한 뒤 개별적으로 논술을 작성하게 했다. 이후 작성한 논술을 비주얼 씽킹으로 표현해보도록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해당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사는 1학년 기술 ‘Ⅳ. 기술과 발명-1. 기술의 이해’ 단원에서 논술을 활용한 비주얼 씽킹 수업을 진행했다.
 
○ 모둠활동 통해 수업 흥미 높인다
본격적인 비주얼 씽킹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학생들은 모둠활동을 통해 기술 발달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에 관한 논제가 적힌 활동지를 나눠준다.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논제는 ‘기술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사용하다보면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날 수 있다. 정보 통신 기술 발달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사례로 들어 400자 이내로 논술하라’는 것. 학생들은 이 논제에 맞는 논술을 작성하기 위해 3단계에 걸친 모둠활동을 실시한다. 

1단계는 정보 통신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해보는 것.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기술 발달의 긍정적인 측면을 활동지에 적은 뒤 모둠별로 이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친구의 이야기 중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 내용을 추가로 활동지에 적을 수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논의하는 2단계와 ‘정보 통신 기술 발달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3단계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교사는 “혼자 고민한 뒤 활동지를 채우라고 하면 소극적인 학생들은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반면 모둠활동을 통한 협력 수업을 하면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활동을 함으로써 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비주얼 씽킹 수업에 참여하는 대구 새론중 학생들(왼쪽)과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직접 작성한 논술 내용을 비주얼 씽킹으로 표현한 것. 새론중 제공


○ 글쓰기 실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1단계부터 3단계까지의 모둠활동을 마친 뒤에는 개별 활동을 한다. 1~3단계를 거치며 친구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와 활동지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논제에 맞는 논술을 혼자서 작성해보고, 이를 비주얼 씽킹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인 4단계 활동이다. 논술을 작성하기 전, 교사는 사전에 ‘서론에서는 현황을 제시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본론 1에서는 주장과 근거로 이뤄진 문제점과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결론에서는 나의 생각과 주장을 드러내야 한다’는 식의 논술 작성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김 교사는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많으므로 다른 논제를 다룬 논술 예시를 보여주며 글을 쓰는 요령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글을 쉽게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논술을 작성한 뒤에는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비주얼 씽킹으로 표현해본다. 화살표, 말풍선, 그림, 아이콘 등을 자유롭게 활용해 ‘정보 통신 기술 발달의 긍정적 측면을 보고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처방안’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배운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다. 

김 교사는 “모둠활동, 논술, 비주얼 씽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교과 지식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면서 “비주얼 씽킹 활동을 통해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휘할 수 있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 이 수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수업지도 노하우] “비주얼 씽킹, 꼭 그림 아니어도 된다”


Q. 수업 운영 시 유의할 점은?

비주얼 씽킹 수업이 미술 수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잘 그리는지 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생각을 간단하고 빠르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얘기해주고, 수업 시간에 비주얼 씽킹을 하는 목적과 의미를 확실히 전달해줘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갖고, 보다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면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을 설계해 지도하는 것이 좋다. 수업을 운영할 때는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Q. 수업의 효과는?
기술교과 이론 수업은 다소 딱딱한 부분이 있어 학생들이 지루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모둠활동이나 비주얼 씽킹 활동 같은 다양한 수업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글로 써보고, 이를 다시 그림으로 옮기는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수업에 참여한다.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같은 논제에 대한 비주얼 씽킹 활동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결과물은 매우 다양하게 나온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당 단원의 내용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 그 내용은 더욱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Q. 이 수업을 활용하려는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비주얼 씽킹’이라고 해서 ‘그림’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교사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학생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의미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간단한 글로 표현하도록 지도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디자인’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어떤 수업 방식을 고안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 다른 교사들의 수업 방식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구 지역 교사들은 비주얼 씽킹 수업연구회 밴드를 통해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김장환 대구 새론중 수석교사
 



▶에듀동아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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