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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시사·교과상식] “한 우물만 끝까지 판다”
  • 김보민 기자

  • 입력:2016.10.05 09:11
3년 연속 노벨 과학상 수상자 나온 일본

노벨상 메달.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고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밝혔다.

 

오스미 교수는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오토파지는 ‘스스로 먹는다’는 뜻.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자기 안에 뭔가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 부분을 스스로 먹어치워 없애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오스미 교수는 이 현상을 연구하면서 세포 안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청소부 유전자’를 발견한 것.

 

이 연구결과는 앞으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질병은 신경세포 안에 정상이 아닌 단백질이 쌓이면서 생기기 때문이다. 이 청소부 유전자를 잘 연구하면, 암세포가 늘어나는 것을 막거나 노화 현상을 억제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미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은 3년 연속으로 노벨 과학상(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생리의학상의 경우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또 수상했다.

 

지금껏 노벨 과학상을 받은 일본인은 무려 22명. 한국은 단 한 명도 없다. 일본이 이렇듯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 과학상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의 ‘장인정신’

 

포기하지 않고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는 ‘뚝심’은 일본이 기초과학의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오스미 교수는 30년 넘게 오토파지를 연구했다. 1980년대 현미경으로 효모를 살펴보다 오토파지 현상을 관찰하게 된 오스미 교수는 이후 여기에 매달렸다. 오스미 교수는 “과학은 ‘도전’”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지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도 한 우물을 판 인물. 그는 중성미자(우주를 이루는 가장 작은 알갱이 중 하나)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가지타 교수는 1983년에 중성미자 관측 설비를 설치한 후 무려 30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했다.

 

과학자들이 진득하게 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분야에 책임을 다하고 끝까지 파고드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연구자들이 발휘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든든한 지원

 

일본 기초과학의 또 다른 힘은 정부의 지원. 과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일본 정부는 19세기부터 미국, 유럽에 과학자들을 보내 기초과학을 배우게 했다. 30년 전부터 기초과학분야의 연구 수만 건에 대해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렇듯 오랜 시간 투자한 결과가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것.

 

일본 기업들도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2014년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과학기술 연구에 쓰인 비용은 총 190조 원이었는데, 이중 70% 이상이 일본 기업들의 투자였다. 짧은 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도 ‘기초과학은 다른 기술의 바탕이 된다’는 믿음으로 투자를 이어온 것.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기업들이 집중 투자하고, ‘기초과학은 고생만 하고 큰 돈을 벌 수 없다’면서 대학을 갈 때도 관련 학과를 외면하는 학생들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딴 판이다.

 

일본은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고 괴롭혔던 ‘가해자’로서의 과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일본의 이런 모습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은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한편, 연구자들도 진득하게 한 분야를 파고드는 뚝심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듀동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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