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상담교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 매년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을 모아 3박4일 동안 교육캠프를 엽니다. 이 캠프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혹은 교실에서 돌발행동,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학생 10명이 참여하지요.
사실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소위 ‘일진’이라 불리며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은 과거에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폭력사건으로 학교자치위원회에 회부될 정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한 학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학생은 초등생 때 친구들에게 매일 괴롭힘을 당한 학교폭력 피해자였습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습니다. 친구와 자주 싸우는 사고뭉치 학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학생은 그림 그리기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평소 칠판에 친구들 모습을 그린다거나, 만화에 나오는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 그리곤 했지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캠프자료집의 표지 디자인을 맡겼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던지. 이날 이후로 이 학생은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표정도 밝아졌지요. 이처럼 캠프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캠프에서는 학생들 간의 협동심을 키워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대표적으로 훌라후프를 가지고 하는 놀이 활동을 소개하고 싶어요. 우선, 나무에 큰 훌라후프 하나를 걸어둡니다. 학생들은 술래를 맡은 학생 1명의 몸을 들어 이 학생의 몸을 훌라후프 구멍에 통과시켜야 합니다. 술래의 몸이 훌라후프에 닿으면 게임에서 지게 되지요. 학생들은 서로 힘을 모아 낑낑대면서 술래의 몸을 구멍에 통과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지요.
처음에는 유치하다면서 참여하기 싫어하는 학생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에 참여합니다. 게임에 이기는 순간,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뭉클합니다. 이처럼 말만 주고받는 것보다 직접 몸을 부딪치는 활동이 더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활동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학생들끼리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주로 ‘오늘 놀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친구에게 고마웠던 점은 무엇인지’를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도록 해요. 이 과정에서 감정에 북받쳐 우는 학생도 있고,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학생도 있어요. 학교폭력 가해학생 중에는 평소 “안 된다”는 말만 들으며 주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학생일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해보게 해서 자존감을 키워줘야 합니다.
캠프가 끝나면 학생 대부분의 표정이 더 밝아집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언제나 학생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해서 최대한 길러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 아닐까요?
※이 사례는 서울동부WEE센터 상담교사의 이야기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에듀동아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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