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학원에서 교내대회 준비? ‘자기주도성’ 잃으면 NO
  • 최송이 기자

  • 입력:2016.08.04 19:12






최근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비교과 영역에 대한 중요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내신 성적 이외에도 교내대회 수상실적, 독서활동상황,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 각종 비교과 활동이 입시 평가의 주요 요소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는 고교 입시에서도 마찬가지. 영재학교나 과학고,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내신 성적이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각종 탐구대회 및 경시대회,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더욱 중요하다. 교내활동을 통한 경험과 탐구과정은 자기소개서의 소재가 되어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
이런 흐름에 따라 “학생부 비교과 컨설팅을 해주겠다” “전공과 관련된 ‘스펙’을 관리해주겠다”고 나서는 학원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학원 수업과 별도로 ‘교내 대회’를 관리해주는 학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곧 다가올 새 학기에 참여할 교내 대회를 미리 준비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학교의 고유 영역인 ‘교내 대회’를 대비하기 위해 학원에서는 어떻게 관리할까. 학원에서 교내대회에 대한 도움을 받을 때 유의할 점은 없을까.
 

○ 진로 상담 후 ‘교내대회 로드맵’… 학생부 기재방법까지 알려줘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입 전문 학원은 ‘국어와 영어 수업을 들으면 무료로 비교과 스펙을 쌓아준다’는 문구를 홈페이지에 내걸었다. 학원에 등록만 하면 교내 대회 활동, 동아리 활동, 소논문 제작, 독서, 봉사활동 등 모든 비교과 활동을 ‘멘토링’ 해주는 것.
이 학원의 원장 A 씨는 “학원에 등록하기 전 학생 상담을 90분 정도 진행해 진로와 희망 전공을 미리 파악한다”면서 “파악한 진로를 바탕으로 어떤 비교과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지,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다니는 학교의 교내 대회 일정을 모두 정리한 뒤 학생의 진로에 맞는 대회를 확인하고 대비시킨다. 해당 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지부터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까지 모든 과정을 설정해준다.
예를 들어 화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모든 글쓰기 대회에 무작정 참가하도록 하기보다는 ‘과학 관련 글쓰기 대회’ 중심으로 참가하도록 지도한다. 학생의 관심사인 화학에서 배우는 내용인 ‘분자의 구조’를 글쓰기 소재로 정해주고 개요 작성 방법, 퇴고 방법 등 글쓰기와 관련된 ‘기술’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UCC 대회가 있다면 영상의 콘티를 만드는 방법, 영상 프로그램 사용법 등을 알려준다.
A 씨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별 희망 전공에 맞춰 지도한다”면서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 내역이 학생부에 유의미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학생부 기재 방법’도 알려준다. 학생들은 그 내용을 담당 교사에게 그대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 학생이 정한 주제, ‘실험’으로 확장

서울 강남구의 한 고입 전문 학원에서는 탐구토론대회나 융합과학대회, 발명품대회를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실험’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 학원의 원장인 B 씨는 “학생들이 주제를 생각해오면 그와 관련된 실험 계획을 설정해준다”면서 “학생이 하고자 하는 실험이 실제로 가능한지, 수준에 맞는지, 창의적이고 참신한 주제인지, 실험에서 학생이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판별하는 것이 학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만약 학생이 ‘친환경’을 주제로 한 탐구토론 대회에 참여한다면 해당 주제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친환경적인 요소가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친환경 자동차를 만든다면 어떤 소재를 사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이 직접 생각해보도록 돕는 것. 
학생들은 학원에서 토론하고 실험을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내대회에 참여하거나 교내대회에서 요구하는 결과물을 제출한다. B 씨는 “학원에서 지도를 받은 대부분의 학생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 학원에 너무 많은 의존… ‘자기주도성’ 의미 퇴색

소재 결정부터 탐구 과정, 결과 도출, 작성까지 교내 대회의 모든 과정을 학원의 커리큘럼대로 따라 하는 건 쉽게 수상실적을 채우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학생이 대회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연구한 내용에 대해 심도 있게 이해하지 못해 수시 면접 때 대회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이종호 동국대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실제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서서 한 활동과 학원을 통해서 수동적으로 한 활동은 면접에서 질문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해당 수상 내역에 대한 과정을 심층적으로 물으면 대답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입이나 고입에서는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탐구대회나 소논문 대회 등을 준비하는 과정, 동아리 활동을 하며 주도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이 배우고 느낀 점을 통해 해당 역량을 평가한다. 학원에 의존했을 경우 해당 역량을 갖추기 쉽지 않다.
이 입학사정관은 “교내활동을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대학에 입학해서나 취업을 해서 원활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교내 대회에서 상을 못 받는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므로 지나치게 학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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