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수시 모집요강 발표 이후 각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담은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등 많은 대학이 전형 안내서 혹은 가이드북의 형태로 소개 자료를 내놓으면서, 대학이 여태까지 펴낸 2020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자료만 모아도 수십 권에 이를 정도다.
대학 입학처가 직접 발간한 학종 가이드북은 해당 대학만의 고유한 평가기조와 특징을 알 수 있고, 실제 합격‧불합격 사례와 곁들여 평가기준을 파악할 수 있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꼭 들여다봐야 할 필수 자료다. 대학의 학종 가이드북을 보다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 내 지원서류, 몇 명이 검토할까… 학종 가이드북으로 알 수 있는 것
학생부종합전형이 수시모집의 핵심 전형으로 자리 잡은 이후 각 대학은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평가요소와 평가기준 등을 보다 명확히 알려 수험생의 전형 대비에 도움을 주고자 전형 안내서, 가이드북 등 다양한 학생부종합전형 소개 자료를 내놓고 있다.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학종 가이드북에는 대체로 정성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비롯해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등 각각의 전형요소에 대한 상세한 평가기준, 평가방법 등이 소개돼 있다. 일례로 서울대는 최근 공개한 ‘2020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서 △전임입학사정관 1단계 평가 △전임입학사정관 2단계 평가 △1, 2단계 평가 결과 검토 및 조정 △위촉입학사정관 평가 등 다수의 평가자에 의한 다단계 평가 시스템을 실제 평가 단계별로 상세히 안내했다. 경희대는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통해 서류평가의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의 상세 공개하고, 각 항목의 반영 비중을 △학업역량 30% △전공적합성 30% △발전가능성 20% △인성 20%로 공개했다.
▲ 서울대의 '2020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자료에 소개된 다단계 평가 시스템(일부)
▲ 경희대의 '2020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에 소개된 서류평가 평가요소. 항목별 비중이 명시돼 있다.
가이드북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서류를 총 몇 명의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의 평가위원이 동일한지, 가장 비중 있는 평가요소가 무엇인지 등 핵심적인 평가 정보를 알 수 있는 것. 입학처 혹은 입학사정관이 직접 알려주는 전형 대비법과 합격자 사례 및 합격 수기도 학종 가이드북의 단골 콘텐츠다. 특히 입시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강조되는 추세 속에 최근에는 학종 지원자 및 합격자의 고교 유형, 평균 교과 등급 등 객관적인 수치 자료를 공개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 여러 대학 교차 비교하며 ‘최적 대학’ 찾아야
각 대학의 평가방법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는 학종 가이드북은 한 권을 꼼꼼하게 탐독하는 것보다 여러 대학의 가이드북을 교차 비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정성평가를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상 전형방법에 대한 설명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여러 대학의 전형 안내를 병렬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각 대학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
▲ 동국대 '2020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에 소개된 Do dream 전형 평가요소(위) 및
서울시립대의 'UOS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에 소개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모형(아래)
특히 지원 대학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수험생의 경우 교차 비교를 통해 본인의 상황에 더 적합한 대학을 추려낼 수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학종의 전형요소가 표준화되어가는 추세이지만 대학마다 중요시 여기는 세부 역량이나 요소는 여전히 조금씩 차이가 있다”면서 “가이드북에 나타난 대학의 세부적인 평가요소와 평가기준, 합격자 성향 등을 참고해 자신의 활동 이력이나 강점에 적합한, 혹은 전형방법이 더 유리한 대학을 가려내는 것이 가이드북의 가장 중요한 활용 의의”라고 말했다.
만약 수험생 혼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이드북의 내용을 토대로 대학 입학처에 직접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상세한 평가요소, 평가예시에 비추어 자신의 상황이나 강점, 취약점 등을 정리해보고, 이를 토대로 질문을 구체화해 물어보는 것. 입시 상담에선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더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치우 입시평가소장은 “구체적으로 문의할수록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면서 “적극성을 가지고 서너 군데 정도 문의해 보면 대학마다 다른 선발 특성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가이드북 속 합격 사례는 한 단면”
학종 가이드북은 수시 모집요강에서 확인할 수 없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평가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정답’을 담고 있진 않다. 평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가이드북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가이드북이 제시하는 틀에 무작정 끼워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해마다 학종 가이드북을 발간해 온 경희대의 임진택 수석입학사정관은 “가이드북의 내용을 일종의 정답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어 구체적인 합격 사례는 소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북에서 제시된 내용을 ‘이 정도를 충족하면 우수한 학생’이라는 식의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임 수석입학사정관은 이어 “학종은 정답이 없는 전형이기 때문에 설사 나쁜 사례로 소개된 것이라 하더라도 지원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독창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서 “가이드북은 보편적인 평가 기준을 안내하는 설명서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치우 입시평가소장 역시 “가이드북에 제시된 구체적인 합격 사례에 집중하는 수험생이 특히 많은데, 가이드북에서 경영학과 합격 사례가 소개됐다고 해서 해당 사례가 경영학과 합격자의 모든 경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개별 사례의 내용보다는 사례를 통해 핵심적인 평가 포인트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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